2026년 7+8월호(통권 93호)

민주 진보 교육감은 지속가능한가

전국 지방 선거 중 치러진 교육감 선거가 끝났다. ‘민주 진보 교육감’이 더 많이 당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운동의 입장에서 위험 신호는 뚜렷하다. 지역의 교육운동이 주도하는 단일 후보 운동의 힘은 약해졌고, 민주 진보 교육감의 가치 지향과 대표 정책은 흐릿해졌다. 민주 진보 교육감이라면서 관할 지역의 굵직한 문제에 책임 있는 대처를 보여 주지 못한 이들이 별다른 평가도 없이 재선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렇기에 더욱 질문과 토론이 필요하다. 민주 진보 교육감은 무엇이고, 무엇이어야 하는가? 지금의 기획과 과정은 민주적이고 진보적인 교육감을 만들고 있는가? 다음 선거, 또 다음 선거까지 민주 진보 교육감이 유효하게 지속될 수 있을까?


차례

 

읽은 이야기 | 송혜원


오늘의 교육을 열며

내가 고른 공약의 주인은 누구였을까 | 전세란


특집 | 주 진보 교육감은 지속가능한가

민주 진보 교육감 선거의 안팎에서 | 김광백, 도승숙, 하정호, 성령(이준원), 현승호

- 경기, 대전, 인천, 전남광주, 제주의 이야기

선거에서 당연한 것은 없다 | 이용기

- 경북 교육감 선거의 경험과 그 이후에 대한 생각

‘민주 진보 교육감’ 기획은 퇴보 중인가 | 공현

- 서울 선거에서의 경험과 문제의식 취재

운동이 쇠퇴한 시대, 교육감 선거가 마주한 어려움 | 김민하

교육감 선거 제도, 어떻게 고쳐 쓸 것인가 | 김범주


기획 | 고교학점제, 교실을 깨우려던 선택의 역설

고교학점제라는 이름의 시장 설계 | 김승호

교육과정을 쪼개니 배움도 쪼개졌다 | 이윤승

- 학기제 교육과정이 만든 편법과 혼란


기획 | 교육혁신인가, 학교 통폐합인가

교육혁신은 작은 학교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살리는 것 | 이종수

- 교육혁신선도지역 사업이 다시 물어야 할 질문

재정의 언어로는 학교를 혁신할 수 없다 | 김성원

- 해외 소규모 학교 정책의 비판적 검토와 다섯 가지 제안


손잡이 떨어진 냄비 / 3년 동안 아침마다| 최경실

80cm / 호구라는 말 | 김선향


연재 | 완성된 체크리스트 - 성공한 진보교육의 자화상 ③

젠틀한 진보교육, 언젠틀한 연대의 목소리 | 문호진


에세이

노동자의 권리와 동물의 복지는 연결되어 있다| 고현선

- 동물권행동 카라 노조의 투쟁


리뷰

‘참/교육’이라는 환상 | 치리

- 드라마 〈참교육〉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을 만드는 일 | 도터(김정협)

- 《모여라! 퀴어 청소년》

취약함들이 만들어 내는 교육의 자리 | 박지원

- 《우정과 연대의 교육학》


오늘 읽기 | 공현

세 줄 새 책 

오늘의 어린이 책 | 김소희

오늘의 청소년 책 | 안정선




책 속에서



지방 선거 다음 날, 자신들이 뽑은 후보가 누구일지 궁금해하며 등교한 아이들에게 각 후보의 정체를 공개했다. 자신이 가장 부정적으로 평가했던 후보가 가족이 열렬히 지지하던 후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이는 혼란스러워했다. 또 다른 아이는 ‘게임에서 사람들이 하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소회를 내게 슬쩍 이야기했다.

­- 본문 19쪽, 전세란, 〈내가 고른 공약의 주인은 누구였을까〉


무엇보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진보 교육감 후보 중 그 누구도 학생인권을 주요 이슈로 언급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3명의 후보 모두 공보물이나 토론회에서 학생인권 존중에 대한 비전은 쏙 뺀 채, ‘무너진 교권을 바로 세워 행복한 학교를 만들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교권 보호는 당연히 중요하다. 하지만 학생인권 존중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이 교권만 외치는 것이 보수 교육감 후보와는 무엇이 다른가? 교권과 학생인권을 제로섬 게임으로 대립시키면서 교권만을 강조하는 모습을, 적어도 진보라는 이름을 붙이고 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 본문 48쪽, 성령(이준원), “‘진보’라는 이름으로 장난치지 맙시다”, 〈민주 진보 교육감 선거의 안팎에서 〉


민주 진보란 학생이든 교사든 소외된 이를 살피겠다는 철학이고, 권위적인 학교 문화를 넘어 민주적인 공동체를 만들어 가겠다는 지향이다. 학습 격차, 소득에 따른 격차, 도시와 농산어촌의 교육 격차 등을 줄이겠다는 방향성이다. 이러한 철학과 방향성 없이 파란 옷만 입는다고 민주 진보가 될 수는 없겠다. 차라리 빨간 옷을 입고서 수월성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경쟁을 통해 학업 성장을 이루겠다고 대놓고 보수적 어젠다를 이야기하는 후보가 있었다면 더 나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 본문 53쪽, 현승호, “제주 교육은 어떤 철학을 선택했는가”, 〈민주 진보 교육감 선거의 안팎에서 〉


선거에서는 흔히 혈연, 학연, 지연을 중요하게 이야기하지만, 경북에서는 정치적 색채가 더 강하게 작용했다. 시장에서도, 각종 모임에서도 “민주당이냐?” 같은 질문을 자주 받았다. 그럴 때마다 “교육감은 정당이 없습니다. 다만 민주 진보의 가치를 지향합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 곧바로 “그런데 왜 파란색이냐?” 하고 묻는다. 빨간색과 파란색 논쟁을 교육감 선거에서 계속해야 하는 현실은 참 난감했다. 동문회에서도, 종친회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됐다. 후보자는 결국 유권자를 만나야 한다. 선거는 논쟁을 통해 상대를 설득하는 시기라기보다 유권자의 선택을 받는 시간이라고 말한다. 그런 지역 현실 속에서 당선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 본문 56쪽, 이용기, 〈선거에서 당연한 것은 없다〉


정치·사회적 상황도 바뀌었고, 시민사회운동의 여건도 바뀌었다. 단적으로 추진위를 구성하는 단위들도 바뀌었고, 정당들의 구도도 바뀌었다. 교육 현실은 물론, 교육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인식과 담론도 변화해 왔다. 그런데 민주 진보 교육감 후보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몇 번 해 봤는데 그냥 이렇게 하면 된다’며 일이 이루어진다. 아니, 오히려 내부에서의 논의와 합의의 과정을 건너뛰고 소홀히 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 진보 교육감’ 기획이 잘 돌아가지 못한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제라도 공식적인 평가와 접근 방식의 개혁, 소위 ‘민주 진보 교육감’에 대한 근본적 물음, 원칙의 재정립을 해야 할 때다.

-­ 본문 70쪽, 공현, 〈‘민주 진보 교육감’ 기획은 퇴보 중인가〉


물론 정당 공천은 교육을 정당 정치에 얼마간 예속시키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교육이 정치와 정당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가? 지금의 ‘무정당’ 설계하에서도 교육감 선거는 이미 진영 대결로 치러져 왔고, 다만 규칙도 책임도 없는 형태가 정당화되어 왔을 뿐이다. 외견상 교육과 정치 관계를 통제하는 정당 관여 배제 원칙을 완화하되, 주권자인 주민이 직접 통제할 가능성을 고도화하는 방식을 검토하는 편이 정직하다고 본다.

-­ 본문 96~97쪽, 김범주, 〈교육감 선거 제도, 어떻게 고쳐 쓸 것인가〉


학생은 그렇지 않다. 학생에게 고등학교는 3년이 전부이고, 그 3년은 반복되지 않는다. 타협할 시간도, 다음 해를 기약할 여지도 없다. 선택권을 가진 소비자로 호명되었지만, 실제로는 퇴장할 수 없는 소비자인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퇴장할 수 있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이 갈린다. 이탈은 자원을 가진 이들의 선택지이고, 남겨진 학생에게는 항의할 창구조차 마땅치 않다. 개인의 성장을 약속한 시장에서 정작 학생은 가장 협상력이 없는 참여자가 되어 있다. 이러한 조건에서 고교학점제의 유사 시장 메커니즘은 환경이 열악한 학교와 교사에게, 그리고 결국 그 학교에 다니는 학생에게 선택받지 못한 책임을 전가하는 장치로 작동할 위험이 크다.

-­ 본문 111~112쪽, 김승호, 〈고교학점제라는 이름의 시장 설계〉


고교학점제의 문제점으로 흔히 거론되는 것은 수박 겉핥기식 수업, 교사의 전문성 부족, 선택 같지 않은 선택 등이다. 특성화고도 마찬가지다. 전문 교과를 학기별로 쪼개면서 1년 동안 이어가던 과정을 억지로 잘라야 하고, 그 결과 교육과정의 연속성이 깨진다. 중간에 선택 교과 때문에 기본 과정을 놓친 학생들은 이후 심화 단계로 갈 때 선택할 수 있는 과목이 사라지거나 제한된다. 그래서 학교 교육과정을 온전히 이수하려는 학생이라면 선택권을 포기하고 교사가 추천하는 과정을 이수할 수밖에 없다. 왜 이런 방식으로 운영되는 고교학점제를 계속해야 할까.

-­ 본문 122쪽, 이윤승, 〈교육과정을 쪼개니 배움도 쪼개졌다〉


특히 농어촌에서 학교는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니다. 학교는 아이들이 살아가는 공간이며, 주민들이 만나 문화를 나누는 공동체의 중심이고, 지역의 미래를 지탱하는 마지막 기반이다. 학교가 사라진다는 것은 교육 시설 하나가 없어지는 일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핵심 축이 무너지는 일이다. 그래서 교육부가 던져야 할 질문은 “어떤 학교를 없앨 것인가”가 아니라 “학교를 어떻게 지역 사회와 연결된 새로운 교육공동체로 전환할 것인가”여야 한다.

-­ 본문 128쪽, 이종수, 〈교육혁신은 작은 학교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살리는 것〉


여기서 한 가지 이율배반이 발생한다. 정부는 한편으로 농촌 지역 활성화 사업을 통해 귀농·귀촌 인구를 늘리고 농산어촌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겠다고 말한다. 다른 한편으로 교육혁신선도지역 기본계획은 정주 여건의 핵심인 면 단위 학교를 통폐합하는 방향을 택하고 있다. 농촌 정주를 결정할 때 중요한 고려 요소 가운데 하나는 아이를 가까운 학교에 보낼 수 있느냐는 점이다. 그런데 농촌 학교를 먼 곳의 학교와 통합하면서 귀촌 인구를 늘리겠다는 두 정책 목표는 서로 충돌한다. 자기 분열적인 농촌 정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 본문 149쪽, 김성원, 〈재정의 언어로는 학교를 혁신할 수 없다〉


드라마 〈참교육〉 속에서 ‘시위하는 사람들’과 ‘인권을 말하는 사람들’은 악역에 동조하거나, 악역에 면죄부를 주는 사람들인 것처럼 그려진다. 돌아가는 세상 물정도 모르면서 이상적인 소리나 한다는 양이다. 〈참교육〉의 설정과 플롯의 배경에 깔린 관점과 태도는 사실 이와 같은 비웃음과 냉소다. 그러나 신적인 존재의 허락 아래 폭력이라는 단 하나의 수단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은 전두환 정권 시절 ‘불량배를 소탕하자’며 삼청교육대를 만들었던 것과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가?

-­ 본문 200쪽, 치리, 〈‘참/교육’이라는 환상〉


‘유예하지 않고 유예하기’는 학교를 학교답게 하는 중요한 전제이다. 이러한 조건이 충족되어야만 학생들은 학교에서 불안한 미래라는 환상을 떨친 채 각자가 지닌 성장 가능성을 자유롭게 실험할 수 있고, 편견에 물든 사회적 잣대에 기대지 않고 타인과 평등하게 만날 수 있다. 이때에 학교는 비로소 공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학생을 주체로 대하지 않으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과 책임은 학생에게 떠넘기는 학교는 정확히 그와 반대로 하는 셈이다. 이렇게 본다면 필드워크는 예외적인 시도가 아니라 오히려 학교의 본래 모습을 가장 잘 보여 주는 보편적인 사례라고 말할 수 있다.

-­ 본문 230쪽, 박지원, 〈취약함들이 만들어 내는 교육의 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