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10월호(통권 82호)


AI 디지털교과서, 엇나간 혁신


교육부의 2025년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강행을 두고 교육계의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학부모단체, 교원단체 들에 이어 일부 교육감들도 도입을 연기하자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도입 6개월 전인데도 교과서의 실체를 알 수 없는 점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교사 연수를 진행하고 1차 검정 결과가 나왔지만 완성된 AI 디지털교과서는 올 12월에나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더구나 검정 기간도 3개월로 짧고 심사에서부터 선정, 도입까지 걸린 시간이 1년이 채 안 되기 때문에 ‘졸속 도입’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오늘의 교육》은 AI 디지털교과서 정책의 전반적인 문제점을 살펴본다.

- 편집부


차례

읽은 이야기 | 문연심

 

오늘의 교육을 열며

공포와 두려움에 익숙해지지 않기 | 이윤승

 

특집 | AI 디지털교과서, 엇나간 혁신

위장된 혁신 | 진냥(희진)

코스웨어에 오른 교사, 데이터에 갇힌 아이들 | 주정흔

AI 디지털교과서, 혁신의 약속인가 새로운 차별의 시작인가 | 김헌용

AI 디지털교과서의 법적 타당성 문제 | 김범주

- 체계 정당성과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

 

후속 | ‘인권’은 폐지될 수 없다

학생인권조례 적용은 안 받지만, 폐지 반대를 외치다 | 현승민

- 성미산학교 학생들이 서울시의회 앞에서 시위를 한 까닭

학생인권 침해는 은폐되어 있을 뿐이다 | 김찬

- 학생인권조례 미제정 지역인 부산의 사례들

변하지 않은, ‘어른 사람들’의 시선 | 김홍규

- 강원 지역 학칙과 사례로 보는 학생인권 현실

 

기획 | 코로나19가 남긴 교육의 과제

코로나19 이후 학생들의 사회·정서 발달 문제와 지원 방안 | 이대식

정말 코로나19 때문일까? | 장세린

- 교육 현장의 사례와 경험을 중심으로

이것이 대안교육의 오늘이라면 | 재은

- 코로나 이후, 오디세이학교에서 마주하는 현실

 

지상 중계 | ‘돌봄’ 중심으로의 전환, 무해한 말들을 넘어 정치적인 전망으로

‘해방적 관계로서의 돌봄’을 발명하는 교육운동이 필요하다 | 조한진희(반다)

- 어린이는 일방적인 교육이나 돌봄의 대상이 아니다

돌봄이 짐이 되지 않으려면, | 조기현

- 능력주의와 공정을 넘어서는 교육

 

연속 기획 | 특수에서 보편으로

통합교육, 어설프게 찬란하고 서툴게 아름다운 | 구윤숙

- 우리의 통합 교실 분투기

특수교육대상자 보호자의 반성문 | 정예현

- 보호자로서 학교의 (특수)교육 활동 참여를 돌아보며

 

미자 / 졸렬한 핑계 | 권혁소

완벽해진다는 것 / 잠깐씩 평화가 찾아와 | 김명남

 

연재 | 무엇이든, 누구에게든 성교육이되 ②

월경 경험으로부터 건강을 재구성하기 | 최예훈

 

연재 | 청소년의 시좌에서 – 교육복지 현장의 이야기 ④

이해의 영역이 아닌 연대의 영역 | 발랑(신선웅)

- 지금도 교실을 지켜 내는 교사분들

 

연재 | 동맹의 교실, 해방의 교육학 마지막 회

까무라치는 시 | 서한영교

 

연재 | 대학생운동 인터뷰 – 대학의 위기와 대학 안의 운동 마지막 회

다시, 보편의 ‘대학생’을 불러 보기 | 강석남

- 인터뷰를 마치며, 대학생운동의 현실과 과제에 대한 소회

 

수업

역사적인 기후 소송, 학교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윤상혁

 

기고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 후 1년, 사과는 없었다 | 남궁수진

- 어린이의 목소리에 돌아온 어른들의 ‘억까’

인디스쿨, 교사들의 지위 게임장 | 선수윤

- “닫힌 교실 문을 열고” 우리는 무엇을 나누려고 했었나

학생은 통제가 아니라 도움이 필요하다 | 이우혁

- 생활지도 고시가 아니라, 아동 지원과 교육 개혁이 답이다

 

리뷰

미래의 교장에게 보내는 편지 같은 책 | 박진환

《교장의 일》

스마트폰 금지하고 SNS마저 차단하겠다고?! | 편해문

《불안 세대》

꼬리를 흔들면 몸통이 움직일까? | 김지운

《수능 해킹》

 

세 줄 새 책

어제와 오늘의 어린이책 | 조현민

 

내가 밀고 있는 단체

아랫마을 홈리스야학(홈리스행동) | 송김경화

참여연대 | 김성숙



책 속에서


인공지능은 마법이 아니기에 유의미한 데이터가 저절로 축적되지 않는다. 빅데이터가 조명받기 시작했을 때부터 ‘데이터 눈 붙이기’ 노동이 이야기되었다. 과거 인형 눈알 붙이기 부업이 흔했던 것처럼, 인공지능이 학습하기 위한 데이터를 입력하는 아르바이트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교육 활동에서 데이터 눈 붙이기 노동은 학생들과 교육 노동자들의 몫이 될 것이고 데이터 활용으로 인한 이윤 창출은 교육 활동이 아닌 다른 곳, 다른 이들이 취하게 될 것이다.

- 본문 32쪽, 진냥(희진), 〈위장된 혁신〉

 

교사에게 있어 교육과정을 재구성한다는 것은 학생들의 배움과 주도성을 고민하는 일이며, 자신의 교과 전문성을 토대로 가르쳐야 할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고, 지식을 해석하고 구성하는 일이다. 이 과정은 교사를 가장 교사답게 만드는 일이라는 점에서 교사의 전문성과 자율성 문제와 직결된다. 코스웨어 중심의 수업은 교사에게 편의성을 부여하는 대신 교사의 주체성을 약화시키고 장기적으로는 교사의 교육과정 재구성 역량을 축소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도 신중함을 필요로 한다.

- 본문 43쪽, 주정흔, 〈코스웨어에 오른 교사, 데이터에 갇힌 아이들〉

 

현재의 AIDT 개발은 장애인 사용자의 접근성을 충분히 구현하고 있지 않고, 장애인 교원 연수나 보조 공학 기기 구매 예산 확보를 통해 장애인 사용자들이 주도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제반 환경도 전혀 구축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상술한 바와 같이 현재 상태에서는 AIDT가 장애 학생을 수업에서 소외되게 만들고 장애인 교원의 교육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 이는 인간 존엄성을 훼손하는 일이다.

- 본문 60~61쪽, 김헌용, 〈AI 디지털교과서, 혁신의 약속인가 새로운 차별의 시작인가〉

 

우리 법 체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일종의 소프트웨어와 같은 형식마저도 교과용 도서로 인정하리라고 예측하기가 어렵다. 이처럼 교육에 관한 중대한 제도적·정책적 변화가 필요한 것이라면 입법자의 결정으로서 명시적인 법률의 규정이 있어야 한다. 교육부가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의 근거라고 주장하는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이 법률로부터 위임받은 입법의 한계를 일탈한 것이 아닌지 반드시 검토되어야 한다. 대법원이 일관되게 제시하고 있는 모범의 위임 범위를 확정하거나 하위 법령이 위임의 한계를 준수하고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에 비추어 쟁송을 통해 확인되어야 할 필요성이 다분하다고 본다.

- 본문 72쪽, 김범주, 〈AI 디지털교과서의 법적 타당성 문제〉

 

‘인권’ 앞에 붙은 수식어는 사이비다. 똑같은 사람인데, ‘권리’ 앞에 꾸미는 말이 왜 필요한가? ‘학생인권’에서 ‘학생’이 빠지는 ‘사건’을 만들지 못하면 ‘인권’이라는 단어도 사라지게 된다. 당연히 ‘교권’이라는 말은 흔적조차 없을 것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학교가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를 하나하나 따져 볼 때가 됐다.

- 본문 102쪽, 김홍규, 〈변하지 않은, ‘어른 사람들’의 시선〉

 

코로나19로 인해 소리 내어 읽는 활동을 충분히 진행하지 못한 탓인지 발음이 부정확하거나 유독 읽기 활동 자체를 싫어하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친구들이랑 신나게 떠들 때는 우렁차다가도 소리 내어 읽기 활동에서 갑자기 목소리가 모기 소리만 해진다면 한 번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부정확한 발음으로 인해 읽기 자신감이 하락하여 얼버무리듯 읽느라 목소리가 작아지는 학생들이 있기 때문이다. 발음이 부정확하면 한글 음운 변동 규칙을 이해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받아쓰기에 어려움을 느끼며 이는 쓰기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

- 본문 118쪽, 장세린, 〈정말 코로나19 때문일까?〉

 

사실 라온이는 점심시간에도 숨겨졌다. 급식실에서 아이들은 학급별로 나란히 앉아 밥을 먹는다. 자리를 정하는 방법은 학급마다 다르지만 길게 늘어선 식탁에 마주 보고 앉는다. 그런데 라온이는 실무사 선생님과 교사용 식탁에 앉아 밥을 먹었다. 학급용 식탁이 좁아서 그런 게 아니었다. 라온이는 수저 사용이 서툴러서 흘리거나 묻히는 게 많았다. 반찬과 밥, 국이 섞여 식판은 금세 지저분해졌다. 그런 모습을 다른 아이들이 볼까 봐 담임 교사가 라온이를 감춘 것이다. 그를 위해서, 그가 받게 될 시선이 걱정되어서 감추어진 아이. 통합교육 현장에서 종종 보게 되는 모습이다.

- 본문 175쪽, 구윤숙, 〈통합교육, 어설프게 찬란하고 서툴게 아름다운〉

 

「모자보건법」에서 명시한 목적처럼 국가가 월경을 다룰 때 임신에만 초점을 맞춰 접근하기 때문에 생애주기에 따른 변화를 무시하며 피임 및 임신 중지에 대한 접근성마저 가로막아 성·재생산 건강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월경 경험은 개인적 차원을 넘어 노동, 돌봄, 복지, 의료 등 삶의 전반적인 영역에 걸쳐 있다. 월경에 대한 분노, 억울함, 무력감과 같은 감정을 넘어 우리의 경험을 공통된 지식으로 축적해야 한다. 그래야 월경하는 몸이 살아가기에 적절한 제도를 구상하고 논의할 수 있다.

- 본문 231쪽, 최예훈, 〈월경 경험으로부터 건강을 재구성하기〉

 

지금처럼 변함없이 꾸준히 연락해 주세요, 응답이 오지 않아도 전화와 메시지를 꾸준히 시도해 주세요, 등교 문제나 자해 이슈 등에 대한 염려가 아니라 화제를 전환하면서 안부를 물어 주세요, ‘오늘 아침에는 부쩍 날이 쌀쌀하더라. 감기에 걸리지는 않았니?’ 등으로 아주 사소한 이야기들로 관심을 표현해 주세요 등의 말들을 이어 붙였다. 선생님은 아주 천천히 눈을 감았다 뜨면서 말했다.

“가장 어려운 이야기를 하시는군요. 그래도 제가 잘하고 있었네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 본문 246쪽, 발랑(신선웅), 〈이해의 영역이 아닌 연대의 영역〉

 

잘못을 저지른 것 같은 사람을 향한 비난은 손쉽게 공감을 얻고 글쓴이의 지위는 상승된다. 분노를 키우고 그룹 내의 유대를 강화하는 이런 도덕 게임은 분명 위험하다. 동화 속 이야기와 달리 교사들이 대나무 숲에 외치고 있는 말들은 자신을 억누르는 임금님이 아니라 학생, 학부모, 교직원에 대한 비난이기 때문이다. 교육 공무직이나 비교과 교사(사서, 영양, 보건, 상담 교사)를 향한 비난, 문제 학생 혐오, 학부모를 향한 조롱 등은 가끔 선을 넘는다. 왜 교사들은 학교 내에서 교사들보다 약자로 보이는 이들을 비난하는 도덕 게임을 펼치는 것일까? 그리고 왜 자신이 느낀 상실감과 모욕감을 공유하는 것일까?

- 본문 318쪽, 선수윤, 〈인디스쿨, 교사들의 지위 게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