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편지를 띄웁니다.
얼마 전, 제가 속한 지역공동체 하나가 깨졌습니다. 제 나름 애정과 시간을 쏟았던 만큼 아픔도 컸고 상실도 깊었습니다. 왜 깨졌을까? 어디서부터, 누가 잘못한 것일까? 지난 여정을 반추하며 잘잘못을 따지며 하나씩 곱씹다 보면, 나락 같은 심연으로 빠져듭니다. 그러면 저 밑바닥에서 자책과 원망이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어차피 되돌릴 수 없는 일이고, 깊이 생각하기도 싫고, 서서히 잊고 싶은데, 바둑처럼 자꾸 복기하는 저를 발견하곤 합니다. 그렇다고 누군가 원망하는 마음을 주위에 내비치기도 어렵습니다. 사는 지역이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지역이고, 앞으로 계속 만나야 할 사람들이라, 속내를 꺼내지 않고 깊이 담아 두고 있습니다.
그러다 고병권의 《철학자와 하녀》를 읽다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작가 역시 자신이 십여 년간 몸담았던 연구공동체 ‘수유너머’가 구성원 갈등으로 깨지고 흩어지는, 아픈 고통을 겪습니다. 그 와중에 미국 뉴욕대에서 ‘수유너머’에 대한 강연 요청을 받습니다. 작가는 첫 질문으로 자신이 속했던 그곳이 왜 깨졌는지, 왜 지속할 수 없었는지 물어볼 것으로 예상하고, 답변을 준비합니다. 그런데 실제 현장에서 나온 첫 질문은 완전히 반대였습니다. “도대체 십 년 넘게 ‘수유너머’가 유지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입니까?” 예상하지 못한 질문에 작가는 무척 당황합니다. 질문자는 프랑스의 파리코뮌을 연구했던 학자였는데, 그는 자율적인 공동체가 만들어지는 것도 무척 어려운 일이고, 그 오랜 시간 지속한다는 건 더 어려운 일이라며 그 비결을 물어온 것입니다. ‘되는 이유’를 묻은 까닭은, 요컨대 그 속에 어떤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질문에도 균형이 필요합니다. 저는 지역에서 교육공동체가 ‘깨진 이유’를 집요하게 물어 왔습니다. 이 질문이 저를 아프게 했습니다. 저는 저의 공동체가 자발적으로 만들어지게 된 비결과 그 오랜 시간 동안 견디고 지속한 비결도 함께 물어야 했습니다. 고병권 작가의 말처럼 ‘되는 이유’ 한 가지를 아는 것은 ‘안 되는 이유’ 백 가지를 아는 것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물론 ‘안 되는 이유’도 살펴야 합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삶을 이끄는 힘은 ‘되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작가는 철학을 지옥에서 가능성을 찾아내는 일이라 말합니다. 지옥에서 도망치지 않고, 거기서 낙담하지 않고, 지옥을 생존 조건으로 삼아, 거기서도 좋은 삶을 꾸리려는 자가 바로 철학자입니다. 철학한다는 것은 반듯한 지름길이 아니라 멀리 돌아가는 에움길을 마다하지 않은 자세라고 작가는 말하는 듯합니다.
출판 시장이 망해 간다고 합니다. 견딜 만한지 묻는 저에게, “요즘 누가 책을 봅니까?”라고 되묻기도 합니다. 지역에서 작은 책방을 운영하는 분은 농담처럼, 자신의 남은 소원으로 ‘지속 가능한 적자’를 말했답니다. 지속 가능한 적자! 정말 웃픈 말입니다.
재정 위기로 ‘교육공동체 벗’이 몹시 어렵습니다. 출판 시장은 아사 직전이고, 교육 담론은 돈이 되지 않은 지 오래입니다. 자본으로부터 독립을 꿈꾸며 협동조합과 지식공동체를 지향한다지만, ‘지속 가능한 적자’조차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서 ‘벗’이 ‘안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백 가지도 넘습니다. 그래도 저는 그 외국인 학자처럼 ‘벗’이 만들어지고 15년을 유지한 비결, ‘되는 이유’ 한 가지를 다시 되물어야 할 때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에움길은 고사하고 비탈길을 걸을지라도, 멀리 벼랑이 있더라도 말입니다.
‘벗’은 우리 사회와 교육에 대해 의미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왔고, 앞으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눠야 합니다. 그간 ‘벗’이 미약했고 여러분 성에 안 찼을 걸 압니다. 그럼에도 ‘벗’이 이 힘든 시기를 견뎌내고 작지만 소중한 교육 공론장을 끝내 지켜낼 수 있도록, 2026년 1월 24일 ‘벗 응원 행사’에 여러분의 뜻과 힘을 모아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2025. 12. 9.
교육공동체 벗 이사장 오정오 올림


목표 금액
2026년 1월 말까지 3000만 원의 후원금/출자금
교육공동체 벗 응원 행사
*2026년 총회 이후 진행 예정
일시
2026년 1월 24일 저녁
장소
도심 속 복합문화공간 공간채비(서울 중구 서애로1길 11 충무로 헤센스마트 상가201호)
※ 자연식출장뷔페 케이터링으로 음식을 제공하며, 음료 등은 현장 구입입니다.
※ 교육공동체 벗과 함께하는 저자, 강사 등을 섭외하는 사람책 행사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응원 방법
- 기본응원권 (5만 원+) : 1인 식사 + 교육공동체 벗 책 1권 증정
- 두배응원권 (10만 원+) : 2인 식사 + 교육공동체 벗 책 2권 증정
- 자유응원권 (30만원 이상 자유롭게) : 2인 식사 + 벗 책 2권 교환 + 강사 초대권(벗에서 교통비 등 부담)
- 평생조합원 가입(100 만원) : 20인 한정 기회, 이후 조합비 면제, 기본응원권 또는 두배응원권 1장 제공
신청 양식 입력 후 입금 부탁드립니다.
국민은행 543001-01-341365 (교육공동체벗)
응원 행사 참여
https://funding.do/c8I5
어려운 편지를 띄웁니다.
얼마 전, 제가 속한 지역공동체 하나가 깨졌습니다. 제 나름 애정과 시간을 쏟았던 만큼 아픔도 컸고 상실도 깊었습니다. 왜 깨졌을까? 어디서부터, 누가 잘못한 것일까? 지난 여정을 반추하며 잘잘못을 따지며 하나씩 곱씹다 보면, 나락 같은 심연으로 빠져듭니다. 그러면 저 밑바닥에서 자책과 원망이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어차피 되돌릴 수 없는 일이고, 깊이 생각하기도 싫고, 서서히 잊고 싶은데, 바둑처럼 자꾸 복기하는 저를 발견하곤 합니다. 그렇다고 누군가 원망하는 마음을 주위에 내비치기도 어렵습니다. 사는 지역이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지역이고, 앞으로 계속 만나야 할 사람들이라, 속내를 꺼내지 않고 깊이 담아 두고 있습니다.
그러다 고병권의 《철학자와 하녀》를 읽다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작가 역시 자신이 십여 년간 몸담았던 연구공동체 ‘수유너머’가 구성원 갈등으로 깨지고 흩어지는, 아픈 고통을 겪습니다. 그 와중에 미국 뉴욕대에서 ‘수유너머’에 대한 강연 요청을 받습니다. 작가는 첫 질문으로 자신이 속했던 그곳이 왜 깨졌는지, 왜 지속할 수 없었는지 물어볼 것으로 예상하고, 답변을 준비합니다. 그런데 실제 현장에서 나온 첫 질문은 완전히 반대였습니다. “도대체 십 년 넘게 ‘수유너머’가 유지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입니까?” 예상하지 못한 질문에 작가는 무척 당황합니다. 질문자는 프랑스의 파리코뮌을 연구했던 학자였는데, 그는 자율적인 공동체가 만들어지는 것도 무척 어려운 일이고, 그 오랜 시간 지속한다는 건 더 어려운 일이라며 그 비결을 물어온 것입니다. ‘되는 이유’를 묻은 까닭은, 요컨대 그 속에 어떤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질문에도 균형이 필요합니다. 저는 지역에서 교육공동체가 ‘깨진 이유’를 집요하게 물어 왔습니다. 이 질문이 저를 아프게 했습니다. 저는 저의 공동체가 자발적으로 만들어지게 된 비결과 그 오랜 시간 동안 견디고 지속한 비결도 함께 물어야 했습니다. 고병권 작가의 말처럼 ‘되는 이유’ 한 가지를 아는 것은 ‘안 되는 이유’ 백 가지를 아는 것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물론 ‘안 되는 이유’도 살펴야 합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삶을 이끄는 힘은 ‘되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작가는 철학을 지옥에서 가능성을 찾아내는 일이라 말합니다. 지옥에서 도망치지 않고, 거기서 낙담하지 않고, 지옥을 생존 조건으로 삼아, 거기서도 좋은 삶을 꾸리려는 자가 바로 철학자입니다. 철학한다는 것은 반듯한 지름길이 아니라 멀리 돌아가는 에움길을 마다하지 않은 자세라고 작가는 말하는 듯합니다.
출판 시장이 망해 간다고 합니다. 견딜 만한지 묻는 저에게, “요즘 누가 책을 봅니까?”라고 되묻기도 합니다. 지역에서 작은 책방을 운영하는 분은 농담처럼, 자신의 남은 소원으로 ‘지속 가능한 적자’를 말했답니다. 지속 가능한 적자! 정말 웃픈 말입니다.
재정 위기로 ‘교육공동체 벗’이 몹시 어렵습니다. 출판 시장은 아사 직전이고, 교육 담론은 돈이 되지 않은 지 오래입니다. 자본으로부터 독립을 꿈꾸며 협동조합과 지식공동체를 지향한다지만, ‘지속 가능한 적자’조차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서 ‘벗’이 ‘안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백 가지도 넘습니다. 그래도 저는 그 외국인 학자처럼 ‘벗’이 만들어지고 15년을 유지한 비결, ‘되는 이유’ 한 가지를 다시 되물어야 할 때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에움길은 고사하고 비탈길을 걸을지라도, 멀리 벼랑이 있더라도 말입니다.
‘벗’은 우리 사회와 교육에 대해 의미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왔고, 앞으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눠야 합니다. 그간 ‘벗’이 미약했고 여러분 성에 안 찼을 걸 압니다. 그럼에도 ‘벗’이 이 힘든 시기를 견뎌내고 작지만 소중한 교육 공론장을 끝내 지켜낼 수 있도록, 2026년 1월 24일 ‘벗 응원 행사’에 여러분의 뜻과 힘을 모아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2025. 12. 9.
교육공동체 벗 이사장 오정오 올림
목표 금액
2026년 1월 말까지 3000만 원의 후원금/출자금
교육공동체 벗 응원 행사
*2026년 총회 이후 진행 예정
일시
2026년 1월 24일 저녁
장소
도심 속 복합문화공간 공간채비(서울 중구 서애로1길 11 충무로 헤센스마트 상가201호)
※ 자연식출장뷔페 케이터링으로 음식을 제공하며, 음료 등은 현장 구입입니다.
※ 교육공동체 벗과 함께하는 저자, 강사 등을 섭외하는 사람책 행사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응원 방법
- 기본응원권 (5만 원+) : 1인 식사 + 교육공동체 벗 책 1권 증정
- 두배응원권 (10만 원+) : 2인 식사 + 교육공동체 벗 책 2권 증정
- 자유응원권 (30만원 이상 자유롭게) : 2인 식사 + 벗 책 2권 교환 + 강사 초대권(벗에서 교통비 등 부담)
- 평생조합원 가입(100 만원) : 20인 한정 기회, 이후 조합비 면제, 기본응원권 또는 두배응원권 1장 제공
신청 양식 입력 후 입금 부탁드립니다.
국민은행 543001-01-341365 (교육공동체벗)
응원 행사 참여
https://funding.do/c8I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