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전기, 밀양 - 서울》 광주 북토크

교육공동체 벗
2024-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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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밀양 - 서울》 광주 북토크


일시 : 2024년 6월 1일 오후 6시 반

장소 : 책과생활(광주 동구 제봉로 100-1, 2층 )


아시아문화전당 뒤편에 있는 책과생활은 독립서점입니다.  독립서점들의 책 진열은 대형 서점과는 딴판입니다.  우선순위가 주인의 취향에 따른 것이어서 독립서점들을 둘러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책과생활은 아치모양의 판을 덧대 서가를 꾸미고 있어서 더 독특해 보였습니다. 광주에 가면 들를 곳을 또 알게 됐습니다.

작은 공간에 10여 분이 모여 이야기를 듣고 나누는 것을 보면서 이야기들이 저마다에게 다가가 붙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주제도 그렇고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이기도 하겠지만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장소가 주는 특성인가 싶기도 합니다. 

저자인 김영희 님 이야기 뒤 밀양과 연대해 온 바느질 공방과 오신분들 이야기도 잠시 들었습니다. 공방분들은 전날 서울 탈탈낭독회에서도 뵈었는데, 오늘 또 이 자리에 함께했습니다. 

밀양행정대집행이 있던 때가 2014년 6월 11일입니다. 올해는 10년을 맞아 밀양에서 큰 집회를 엽니다. ‘밀양행정대집행 10년, 다시 타는 밀양 희망버스’입니다. 그때 다 같이 만나자며 자리가 마무리됐습니다.    


《전기, 밀양 - 서울》 광주 북토크. 2024년 6월 1일. 오후 6시 반. 책과 생활. 사진 최승훈

《전기, 밀양 - 서울》 광주 북토크. 2024년 6월 1일. 오후 6시 반. 책과 생활. 사진 최승훈 


다음은 김영희 님의 이야기 일부입니다.


밀양 할머니들이 살아 있는 동안에 송전탑이 안 뽑힐 수도 있지만 송전탑이 뽑히는 게 정해진 올바른 미래라면 언젠가는 뽑힐 수밖에 없다는 거죠. 

그러면 지금 이 싸움은 이다음에 이 싸움을 이어갈 너희들이 있기 때문에 지는 싸움이 아니다 이렇게 얘기를 하시는 거고요.

이 책은 그 할머니들이 기대하시는 싸움을 이어갈 누군가가 여기 있다는 거를 보여드리고 같이하기 위해서 만든 책이기도 한데요.

생각해 보면 우리가 이제까지 해왔던 많은 것들 중에 끝난 싸움이 없잖아요.

민주주의, 평화, 평등 어떤 것도 사실 달성된 건 없죠.

그러니까 싸움이라는 건 자기가 그 싸움에 당면해서 그 싸움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 과정 중에 있으면 그냥 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싸움은 이기고 성취하는 것이 아니라 해 나가는 것이고 그냥 삶의 한 과정인 건데, 이분들도 예를 들면 송전탑을 세우지 못하게 못했기 때문에 이 싸움이 졌다거나 송전탑이 영원히 뽑히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으시는 거죠.

 

그렇지만 지금 나이 들고 힘드신 건 사실이에요.

많이들 아프시고 싸움 과정에서 얻은 후유증 때문에 힘드신 분들도 많고. 그래서 저희가 보고 있기가 안타까운 장면들도 많은데요.

그렇지만 어쨌든 우리 모두가 전기를 쓰고 있고, 여러분들 다 핸드폰 사용하고 계신데 여기에 들어가는 반도체부터 시작해서 이 모든 것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서 우리한테 오게 되는가? 

자본주의 사회는 예를 들면 우리가 입고 있는 옷을 누가 만든 것인지 알 수 없게 하잖아요. 

우리가 먹는 밥의 쌀알이 누가 농사지었는지 알 수 없게 해서 그걸 모르면 쌀값이 얼마로 되든 우리 알 바 아니게 되지만, 우리가 이 옷을 만든 사람이 누군지, 쌀을 농사짓는 사람이 누군지를 알고 나면 그때부터는 관계가 구체적으로 생기고 저는 책임과 연대가 생긴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면 우리가 이 전기가 어떤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지는지를 알고 이해하면 이는 밀양 한 곳만의 싸움도 아니고 우리의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을 합니다.

 

5.18도 그렇고 종군위안부 할머니들이 겪으신 일들도 그렇고 사실 되게 힘든 일이기 때문에 자꾸만 그분들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고 얘기해 달라는 거는, 어떤 때는 정말 어렵다고 생각을 하는데요.

그러면 반복해서 얘기해 주세요가 아니라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게 저는 맞다고 생각하고 그런 기억의 연대가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하고 기억하고 그래서 그다음에 목소리를 이어가고 그 싸움을 나의 싸움으로 이해하는 과정들이 저는 되게 중요하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한국에서 탈핵 이야기를 할 때 밀양할매를 얘기하지 않는 경우 되게 많아요.  그러니까 온당하게 평가하지 않는 거죠.

5.18도 그렇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사람들이 거기에 참여했는데 대표적인 몇몇의 이야기들만을 남겨두고 마무리를 지어버리면 그 지워진 이야기들 속에서 정말 우리가 기억해야 되는 존재들이 묻혀버리고 그럼 우리가 이 이야기들을 아주 납작하게 그냥 단편적인 이야기들로 만들어버리는, 그런 실제 했던 사람들을 우리가 지우는 거죠.

요새 할머니에 대한 담론이 많잖아요. 귀엽고 순수하고 막 이렇게 사투리 쓰고 욕하면 욕 더 해달라고. 저는 그게 할머니들을 대상화하는 것 같아서 좀 불편한데요. 밀양 할머니들은 탈송전탑 탈핵 운동가세요. 저는 그렇게 존중하고 그렇게 대우하고 이해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그런 면에서 우리가 이분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기억하고 어떻게 함께해 나갈 건가.


 그다음에 또 하나는 저는 여기 계신 분들도, 요즘 그런 생각하는데, 사람들이 다 뭐를 겪어내고 있는지 알 수가 없잖아요. 각자는 자기 몫의 어떤 것들을 감당하고 겪어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면에서 모두가 사실 생존자죠. 그러니까 생존자는 국가폭력의 피해자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 폭력을 견뎌내서 살아남은 사람이죠. 어떤 생존자가 한 얘기가 있어요 생존자 함부로 보지 마라. 내가 어떤 구덩이에서 살아남았는지 너는 짐작이나 하는 거야. 나는 쉽게 넘어가는 사람이 아니야. 내가 견뎌온 그 싸움과 생존해 온 그 과정의 무게는 너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가볍지 않다. 만만하게 보지 마라. 이렇게 선언하듯이 쓴 글을 본 적이 있는데, 그러니까 이제 여기 계신 분들도 각자의 자기 삶에서 생존자이고 밀양 할머니들도 사실 생존자이시죠. 그래서 할머니들이 보고 계시고 여러분들을 격려하고 계시고, 그래서 여러분들도 이 밀양 할머니들을 지지하고 격려해 주시면, 그리고 이 싸움이 누구의 싸움으로 미루어지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 각자의 싸움으로 다 이렇게 된다면 누구도 고립되지 않을 수 있잖아요.

 

높은 데 안 올라가도 되고 피 터지게 외치지 않아도 되고, 그런 면에서 사실 저희가 낭독회를 하는 이유도 목소리를 나누고 싶다, 이렇게 누군가의 이야기가 고립된 채 그 안에서만 울려퍼지는 게 아니라 그 이야기를 듣거나 아는 사람들이 자기 목소리를 함께 나누는 작업들을 했으면 좋겠다 해서 저희가 이 낭독회를 계속 하게 된 겁니다.

 

그래서 할머니들을 대신해서 제가 감히 여러분들의 삶을 지지하고 여러분들과 함께 연대하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고, 여러분들도 저와 그리고 저희 밀양할머니들의 싸움에 함께 지지하고 연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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