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작은 균열을 내는 과정이 변화의 씨앗(서경)

교육공동체 벗
2022-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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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균열을 내는 과정이 변화의 씨앗

- 《페미니즘 교육은 가능한가》 저자와의 만남 후기



글 서경



2월 15일 저녁, “‘나다움’ 찾기와 성별 고정 관념 해소를 넘어서”라는 제목으로 열린 《페미니즘 교육은 가능한가》 저자와의 만남 행사가 130여 명 청중의 온라인 참여 속에 성황리에 마무리되었습니다. 


이날 패널로는 공동저자 8인을 대표하여 엄혜진, 임국희 두 저자가 참여하였고, 이야기 손님으로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이자 초등 교사로서 성평등 교육을 실천해 온 진냥이 참여하여 책에 관한 질문과 소감을 나누었습니다. 


1부에서는 미리 준비한 질문들에 패널들이 답변하는 시간을 가졌고, 2부는 페들렛 도구를 통해 독자들이 즉석에서 남긴 익명 질문을 확인하고 응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나답게’ 교육? 

책의 여러 내용 중 특히 많은 독자들의 관심이 쏠린 주제는 ‘나답게’ 교육에 대한 비판이었습니다. 이 책은 개인의 성별 고정 관념 개선과 행위 변화에 집중하는 신자유주의적 성평등 교육 실태를 비판하며, 불평등한 사회 구조를 분석하는 페미니즘 지식을 반영하여 성평등 교육의 내실을 다져야 함을 강조하는 데 상당한 분량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학생들에게 폭력과 평등의 문제를 자기 계발과 경쟁력 훼손의 영역으로 인식시키는 학교의 잠재적 교육과정에 대해서도 비판합니다. 페미니즘 교육이 효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내용이나 형식을 개발할 뿐 아니라, 교육이 이루어지는 공간과 구조를 변화시키는 데 천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페미니즘이 성차를 무화하자는 담론?

이날 엄혜진은 유관순에 대한 호칭이 남성을 주체로 둔 호칭인 ‘누나’에서 ‘열사’로 바뀌는 사이 여성들에게 ‘언니’라고 부를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는 예를 들어 페미니즘이 성차를 무화하자는 담론으로 오해되어서는 안 됨을 강조했습니다. 남성 중심 문화에 반대하는 것이 여성성을 무화하고 성차를 무시하는 방향이어서는 안 된다는 당부이자, 여성성을 긍정하고 여성들의 공동체와 문화를 닦을 기회를 잃지 말자는 제언이었습니다. 이에 진냥은 남성 중심 교직 문화 속에서 여성으로서 소외받았던 경험을 이야기하며 발언 요지에 공감하면서도, 여성 문화 속에도 서열 관계와 나이 고정관념을 벗어나지 못하는 ‘언니 페미니즘’ 문화가 존재하며 이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작은 균열을 내는 과정이 변화의 씨앗

일부 독자들은 ‘페미니즘 교육이 하나의 스펙으로 접근되는 문제를 어떻게 넘어설 수 있을지 고민된다’,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노동인권교육은 노동자로서 개인이 어떻게 제도 안에서 권리를 잘 보장받을 수 있을까 수준에 머문다. 자본주의 체제가 유지되는 한 페미니즘 교육도 노동인권교육도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렵지 않을까’와 같은 교육 체제에 관한 고민을 토로하였습니다. 이에 엄혜진은 ‘학교는 주류 질서의 재생산이라는 목적과 근대 교육이 도입되면서 추구했던 평등의 가치가 경합하며 때로 모순을 일으키는 공간’이라며 ‘무모해 보이고 때론 별 실효성이 없어 보일지라도 작은 균열을 내는 과정이 변화의 씨앗이 될 수 있음을 스쿨 미투 운동 등이 보여 줬다고 생각한다’며 독자의 실천을 응원했습니다. 


개인의 영역과 구조의 영역 따로?

화상으로 참여한 공동 저자 김서화는 ‘질문을 뒤집어 자본주의 체계가 성평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며 교육을 구성하자’라며 ‘지금 성평등 교육에 아쉬운 점은 자본주의 영역과 성평등 영역을 별개로 보고 개인의 영역과 구조의 영역 역시 따로따로 사고하는 것’이라며 ‘젠더와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문제가 성평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살피고, 젠더화된 문제에 전혀 다른 문제가 얽혀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자’고 제언했습니다.


이렇듯 이번 자리는 책에서 못 다한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한편, 다른 생각과 의문,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많지는 않지만 간간이 올라오는 책 리뷰와 북토크 후기 등을 검색으로 찾아 읽으며 앞으로의 기획에 영감을 얻고 있습니다. 그날 참여하신 독자 여러분께 페미니즘 교육에 대한 고민을 더 깊고 풍부하게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되었기를 바라며, 그날의 여운을 간단하게나마 공유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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