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편지
곁을 내준 벗, 곁을 넓혀 가는 우리
안녕하세요? 저는 경북 상주 내서중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2010년쯤에 우연히 전해 듣고 교육공동체 벗에 가입했어요. 뭔가 끌리는 지점이 있었겠지요. 《교육 불가능의 시대》라는 책 제목에 박수를 보냈었어요. 그것은 마치 어둠 속에서 빛을 간절히 바라는 시선과 비슷했지요. ‘뭔가 잘못되었는데, 나는 학교 안에서 이런저런 것들이 불편한데, 내가 이상한가?’ 이런 고민하던 시점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즈음 《교육 불가능의 시대》를 여러 사람들과 함께 읽으며 같이 공감하고, 연대의 뜻을 모아 갔지요. “나만 이상한 게 아니었어. 그리고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가 존재하는구나.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얼마나 다르고 신비로운데!” 하고 말이죠.
저는 98학번입니다. 고딩 때 가졌던 대학에 대한 환상 중 하나가 선배들과 술을 마시며 교육에 대해, 삶에 대해 진지하게 논하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대부분 IMF 여파로 모두 안전하고 평탄하게 여기는 교사가 되려고 사대, 교대를 온 데다, 1학년 때부터 토익 점수 따기, 학점 잘 따놓기, 임용고사 준비 등으로 바삐 4년을 보냈습니다. 교육에 대한 논의와 나눔을 어디에서 하나 하던 차에 교육공동체 벗에서 반가운 글과 모임들이 만들어졌습니다.
2012년, 담양에서 열린 조합원 여름 연수에서 밤을 새우며 아이들 이야기, 교무실 풍경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이 아련히 생각납니다. ‘아, 대학 때 못한 그 꿈이 여기에서 이루어지는구나!’ 글로만, 책으로만 만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교육공동체 벗 에서는 다양한 모임과 북 콘서트 등으로 조합원들을 연결해 주었지요.
교육공동체 벗 안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작년 이범희 선생님(벗 조합원이시기도 한)을 강사로 초청해 연수를 진행했습니다. 그때 이런 질문을 하셨습니다. “제일 나이가 많은 선생님, 휴대폰에 저장된 번호 중에 교사가 몇 퍼센트일까요?” 질문을 받은 선생님은 “80~90% 정도요”라고 답을 했습니다. 이어 제일 나이가 어린 선생님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그러자 “20% 정도 돼요” 하고 답하더군요. 교직 생활을 할수록 교사 선후배, 친구들이 늘어납니다. 학부모 만남을 해도 같은 교사 학부모가 더 편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나도 모르는 사이 교사 중심으로 삶이 돌아가곤 하지요.
다행히 저는 교육공동체 벗 안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오늘의 교육》과 단행본을 통해 교육과 사회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접하며 사고를 확장하고 있으니까요. 코로나19 이후, 학교를 거부하는 아이, 자퇴를 생각하는 아이를 만나면서 학교에 대한 고민, 교육에 대한 고민으로 허우적거릴 때, 《오늘의 교육》 72호 기획 <이런 교사이지만 학교에 있습니다>를 읽으며 무척 반가웠고, 기뻤습니다. 그 글들이 모여 최근에 《별별 교사들》로 출간되었지요. 당연히 학교에 가는 거고, 학교에 가야 정상이라는 시선 속에서 자라 온 교사들. 정상성 안에서 정상성만을, 모범을 요구하는 교사들의 사고에서 벗어나 다른 시선을, 다른 방향을 보게 해 주어 아이들을 이해하는 폭이 더 넓어지게 되었습니다.
벗을 만나고서는 가는 학교마다 책 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학교는 한 달에 1권 읽기 전 교직원 모임이 이미 자리 잡힌 학교였습니다. (역시나 벗 조합원이신 이상훈 선생님 덕분이지요.) ‘홀더(홀로 더불어)’라는 이름의 책 모임은 의연하게 함께 계속 공부하며 배우며 나아가게 도와줍니다. 우리가 함께 끊임없이 배우고자 하는 자세와 태도를 아이들도 서서히 느끼겠지요? 6월 책으로 선정된 야누시 코르착의 《아이들》 중에서 한 구절 골라봅니다.
아이들과 그들의 노력을,
그들의 분투를 축복해 주십시오.
삶의 길목에서 그들을 이끌어 주십시오.
가장 편한 길이 아니라 가장 아름다운 길로 이끌어 주십시오.
아이들은 아이들인지라 쉽고 편하기를 원합니다. 그렇지만 모험을, 성장을 갈구하고, 더 배우길 원하기도 하고 그러다 아름다움을 발견하지요. 지난 5월 22일~26일은 학교에서 진행하는 이동 수업 주간이었습니다. 아이들은 강원도의 두 도시를 탐방지로 정하고 세부 일정과 숙소, 식당 선정 등 계획을 세우고 두 차례에 걸쳐 발표를 한 후 여행을 떠났습니다. 교사들은 ‘그림자 교사’로 아이들 곁을 지켰고요. 아이들 곁에서 힘든 여정에 함께 있어 주는 역할로 말이죠. 아이들은 삶은 계획대로 되지 않으며, 무수한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진다는 걸 몸소 경험했습니다. 그러면서 위기를 기회로, 지혜로 모으는 힘을 길 위에서 배우더라고요.
벗이 교사들에게, 학부모들에게, 교육을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그런 곁이 되어 주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벗을 둘레에 소개해 곁을 넓혀 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조합원 한 분이 동료 한 분씩 모셔 오면 서로에게 큰 힘이 될 테니까요. 자신의 이야기를 용기 있게 나누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때, 삶이 비로소 열리지 않나요? 반짝반짝. 이렇게 함께 곁을 나누며 나아가요, 우리. 벗이잖아요.
교육공동체 벗 7기 이사회 이사
이승아 드림.
이사회 편지
곁을 내준 벗, 곁을 넓혀 가는 우리
안녕하세요? 저는 경북 상주 내서중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2010년쯤에 우연히 전해 듣고 교육공동체 벗에 가입했어요. 뭔가 끌리는 지점이 있었겠지요. 《교육 불가능의 시대》라는 책 제목에 박수를 보냈었어요. 그것은 마치 어둠 속에서 빛을 간절히 바라는 시선과 비슷했지요. ‘뭔가 잘못되었는데, 나는 학교 안에서 이런저런 것들이 불편한데, 내가 이상한가?’ 이런 고민하던 시점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즈음 《교육 불가능의 시대》를 여러 사람들과 함께 읽으며 같이 공감하고, 연대의 뜻을 모아 갔지요. “나만 이상한 게 아니었어. 그리고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가 존재하는구나.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얼마나 다르고 신비로운데!” 하고 말이죠.
저는 98학번입니다. 고딩 때 가졌던 대학에 대한 환상 중 하나가 선배들과 술을 마시며 교육에 대해, 삶에 대해 진지하게 논하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대부분 IMF 여파로 모두 안전하고 평탄하게 여기는 교사가 되려고 사대, 교대를 온 데다, 1학년 때부터 토익 점수 따기, 학점 잘 따놓기, 임용고사 준비 등으로 바삐 4년을 보냈습니다. 교육에 대한 논의와 나눔을 어디에서 하나 하던 차에 교육공동체 벗에서 반가운 글과 모임들이 만들어졌습니다.
2012년, 담양에서 열린 조합원 여름 연수에서 밤을 새우며 아이들 이야기, 교무실 풍경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이 아련히 생각납니다. ‘아, 대학 때 못한 그 꿈이 여기에서 이루어지는구나!’ 글로만, 책으로만 만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교육공동체 벗 에서는 다양한 모임과 북 콘서트 등으로 조합원들을 연결해 주었지요.
교육공동체 벗 안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작년 이범희 선생님(벗 조합원이시기도 한)을 강사로 초청해 연수를 진행했습니다. 그때 이런 질문을 하셨습니다. “제일 나이가 많은 선생님, 휴대폰에 저장된 번호 중에 교사가 몇 퍼센트일까요?” 질문을 받은 선생님은 “80~90% 정도요”라고 답을 했습니다. 이어 제일 나이가 어린 선생님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그러자 “20% 정도 돼요” 하고 답하더군요. 교직 생활을 할수록 교사 선후배, 친구들이 늘어납니다. 학부모 만남을 해도 같은 교사 학부모가 더 편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나도 모르는 사이 교사 중심으로 삶이 돌아가곤 하지요.
다행히 저는 교육공동체 벗 안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오늘의 교육》과 단행본을 통해 교육과 사회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접하며 사고를 확장하고 있으니까요. 코로나19 이후, 학교를 거부하는 아이, 자퇴를 생각하는 아이를 만나면서 학교에 대한 고민, 교육에 대한 고민으로 허우적거릴 때, 《오늘의 교육》 72호 기획 <이런 교사이지만 학교에 있습니다>를 읽으며 무척 반가웠고, 기뻤습니다. 그 글들이 모여 최근에 《별별 교사들》로 출간되었지요. 당연히 학교에 가는 거고, 학교에 가야 정상이라는 시선 속에서 자라 온 교사들. 정상성 안에서 정상성만을, 모범을 요구하는 교사들의 사고에서 벗어나 다른 시선을, 다른 방향을 보게 해 주어 아이들을 이해하는 폭이 더 넓어지게 되었습니다.
벗을 만나고서는 가는 학교마다 책 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학교는 한 달에 1권 읽기 전 교직원 모임이 이미 자리 잡힌 학교였습니다. (역시나 벗 조합원이신 이상훈 선생님 덕분이지요.) ‘홀더(홀로 더불어)’라는 이름의 책 모임은 의연하게 함께 계속 공부하며 배우며 나아가게 도와줍니다. 우리가 함께 끊임없이 배우고자 하는 자세와 태도를 아이들도 서서히 느끼겠지요? 6월 책으로 선정된 야누시 코르착의 《아이들》 중에서 한 구절 골라봅니다.
아이들은 아이들인지라 쉽고 편하기를 원합니다. 그렇지만 모험을, 성장을 갈구하고, 더 배우길 원하기도 하고 그러다 아름다움을 발견하지요. 지난 5월 22일~26일은 학교에서 진행하는 이동 수업 주간이었습니다. 아이들은 강원도의 두 도시를 탐방지로 정하고 세부 일정과 숙소, 식당 선정 등 계획을 세우고 두 차례에 걸쳐 발표를 한 후 여행을 떠났습니다. 교사들은 ‘그림자 교사’로 아이들 곁을 지켰고요. 아이들 곁에서 힘든 여정에 함께 있어 주는 역할로 말이죠. 아이들은 삶은 계획대로 되지 않으며, 무수한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진다는 걸 몸소 경험했습니다. 그러면서 위기를 기회로, 지혜로 모으는 힘을 길 위에서 배우더라고요.
벗이 교사들에게, 학부모들에게, 교육을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그런 곁이 되어 주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벗을 둘레에 소개해 곁을 넓혀 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조합원 한 분이 동료 한 분씩 모셔 오면 서로에게 큰 힘이 될 테니까요. 자신의 이야기를 용기 있게 나누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때, 삶이 비로소 열리지 않나요? 반짝반짝. 이렇게 함께 곁을 나누며 나아가요, 우리. 벗이잖아요.
교육공동체 벗 7기 이사회 이사
이승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