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을 맞이하며
교육공동체 벗
2022-12-31
조회수 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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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공동체 벗2023-01-04 08:04
네. 우리 힘내요. “그 곁에 등을 내주며/ 울음의 그림자로 남는 사람이 있다// 마침내 울음을 그친 울움이/ 다음 세계로 여행을 떠나게 해주는 사람이” - 김선우 〈다시 광장에서는〉 부분.
교육공동체 벗2023-01-04 08:11
네. 기대어 살아요. “먼지가 되는 것도, 존재하지 않는 존재가 되는 것도 좋다. 두려워하지 말고 살아가 보자. 뭐가 되어 있든 우리는, 없지 않고 있을 테니까.” - 채효정 〈먼지의 말〉 부분
2023년을 맞이하며
‘참으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습니다’라고 시작하다가 지웁니다. 다사다난하지 않았던 해가 있었나 싶습니다. 돌아보면 어이없고 가슴 아픈 일이 많은 해였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전해 드리는 것이 좋을지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여러 번 썼다가 지웠습니다. 써 놓은 이야기들이 공허하게 느껴졌습니다. 2023년을 맞이하려는 지금 우리에게는 어떤 희망이 있는지 생각해 봤습니다.
국회 앞에서 천막을 치고 단식을 하고 차가운 길바닥에 많은 노동자들이 삼보일배를 해도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국회의 담장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제 저녁에는 10.29 참사 전주시민 추모 집회에 갔습니다. 전북 지역의 희생자 가족분들이 오셔서 가족을 잃은 아픈 마음과 뻔뻔하기 짝이 없는 정부의 태도에 대한 울분을 토로했습니다.
대우조선 노동자들, SPC노동자들, 화물연대 노동자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긴 싸움이 있었나 생각해 보니 암담하고 암울합니다. 대통령이 바뀐 후 일어나는 여러 사건, 사고들, 이런 사안들을 대하는 정부와 정치권의 태도는 이건 나라도 아니다라는 말이 나오게 만듭니다. 부조리한 각종 사태들에 직면해 싸우는 시민들의 힘은 너무도 미약하게 느껴집니다. 10.29 이태원 참사는 이 모든 사태들의 정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참사를 대하는 정부 여당의 태도는 세월호 참사 당시의 모습하고 너무나 똑같습니다. 세월호 싸움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해가 바뀌면 이런 상황들이 더 나아질 것이라고 자신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나아져야 한다는, 나아질 것이라는 생각으로, 그저 한마디 말에 의지해 계속 싸워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성으로 비관하더라도 의지로 낙관해야 한다.”
이 세상은 반드시 좋아져야 한다는 신념으로, 반드시 좋아질 것이라는 신념으로 2023년을 또 살아갈 일입니다. 그런 믿음으로 일어서고 싸우는 사람들이 있는 한, 낙숫물이 댓돌을 뚫듯, 많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함께 손잡고 나아가는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마침내 하나 되어 끝내 이기는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2022년 12월 31일
교육공동체 벗 이사장 최은숙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