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떨리는 일이다
풀씨
5월 13일의 광주는 차분했다.
송정역은 오가는 사람들로 분주했으나
금남로는 5월 ‘행사’를 준비하며 비어 있다.
도청 앞 광장의 빈 의자들은 가지런했고,
무대 위에선 누군가 공연을 위해 목소리를 가다듬고 있었다.
기둥을 부러뜨릴 것 같은 기세의 세계반제동시투쟁 포스터를 지나
헬기 총탄 자국을 두른 전일빌딩 옥상에 오른다.
어두웠으나 삶과 죽음이 칼날같이 선명했을 도청 앞 광장은
무료하다.
80년 그날의 생존자 배이상헌과 김남철은
저항과 공동체 정신을 빠뜨린 항쟁의 기념‘화’에 분개한다.
‘기억’을 ‘투쟁’으로
오늘의 삶으로 재구성하자고 이야기한다.
하나 하나의 죽음들을 떨리는 목소리로 품으며
때로는 생략하며
차마 다 이야기하지 못한다.
오월의 이날은 몸에 지닌 것 없지만 가벼워질 일은 없을 것이다.
늘 떨리는 일이다.














늘 떨리는 일이다
풀씨
5월 13일의 광주는 차분했다.
송정역은 오가는 사람들로 분주했으나
금남로는 5월 ‘행사’를 준비하며 비어 있다.
도청 앞 광장의 빈 의자들은 가지런했고,
무대 위에선 누군가 공연을 위해 목소리를 가다듬고 있었다.
기둥을 부러뜨릴 것 같은 기세의 세계반제동시투쟁 포스터를 지나
헬기 총탄 자국을 두른 전일빌딩 옥상에 오른다.
어두웠으나 삶과 죽음이 칼날같이 선명했을 도청 앞 광장은
무료하다.
80년 그날의 생존자 배이상헌과 김남철은
저항과 공동체 정신을 빠뜨린 항쟁의 기념‘화’에 분개한다.
‘기억’을 ‘투쟁’으로
오늘의 삶으로 재구성하자고 이야기한다.
하나 하나의 죽음들을 떨리는 목소리로 품으며
때로는 생략하며
차마 다 이야기하지 못한다.
오월의 이날은 몸에 지닌 것 없지만 가벼워질 일은 없을 것이다.
늘 떨리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