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연수 후기
통합교육에 대한 논의 확장을 기대하며
이진주
지난 8월 1일부터 3일까지, “특수라는 벽장을 넘어 교육 보편의 담론으로”를 주제로 통합교육에 대한 교육공동체 벗 여름 연수 잘 마쳤습니다.
그동안 《오늘의 교육》 지면에서 장애나 장애 학생에 대한 이야기를 다뤄 오긴 했지만 주로 인권의 차원에서 접근해 왔지 보편적 교육 담론으로 연결하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지난 4월, 이번 연수에 함께하기도 하신 윤상원 선생님의 《누구를 위해 특수교육은 존재하는가》를 펴낸 이후 독자들의 후기와 여러 이야기 자리 등을 통해 통합교육에 대한 열망과 현실적 어려움에 대한 많은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장애운동으로 넓혀 보면 그동안 이동권, 탈시설, 노동, 자립과 주거 등 굵직한 사회적 의제를 제시하면서 사회 제도와 인식을 바꾸어 온 역사와 축적된 역량이 있는데, 교육은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은, 미답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통합교육은 특수 교사들만이 고민해야 하는 문제라거나 장애 학생들만을 위한 교육이라는 통념을 넘어 교육 보편의 담론으로서 통합교육을 사유해야 하고, 어쩌면 그 과정을 통해 교육과 학교의 본질을 질문하는 전복적 사고가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첫날, “평등한 분리 교육은 없다”라는 주제로 김도현, 윤상원 선생님 두 분이 이야기를 나눠 주셨는데요, 두 분은 《오늘의 교육》 지면에 서로의 책을 리뷰하는 품앗이를 하기도 하셨습니다. 윤상원 선생님의 글 제목은 ‘학교 사회를 향한 장애학의 도전’, 김도현 선생님의 글 제목은 ‘장애학의 시좌에서 본 특수교육’이었는데 장애학과 특수교육 혹은 통합교육을 가로지르는 사유를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는데 연수를 통해 두 분을 한날 모시게 되어 의미 있었답니다.
김도현 선생님은 장애운동에서는 이론가로서 많은 역할을 하고 계신데요, 연수에서는 “장애학의 시좌에서 본 특수교육”을 큰 주제로, 구체적으로는 ‘한국의 능력주의와 에이블리즘, 그리고 특수학교 없는 사회에 대한 상상’에 대한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전체 연수의 시작을 여는 총론으로서 비장애중심적인 우리 사회와 학교에 대한 성찰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윤상원 선생님은 《누구를 위해 특수교육은 존재하는가》 책을 발간하신 후 여러 자리를 통해 현장의 교사들을 만나고 계셔서 연수에서는 조금 다른 주제로 부탁을 드려 보았습니다. 특별한 교육적 요구나 신체적 차이 유무와 상관없이 한 학생을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는 〈살라망카 선언〉과 이런 국제적 요구에 발맞춰 특수교육법을 폐기하고 일반교육법에 통합하고, 특수학교를 폐쇄한 노르웨이의 사례를 중심으로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연수 후기에서도 다른 데서는 듣기 어려운 노르웨이의 실천이 많은 영감을 주었다는 이야기가 있었답니다.
둘째 날에는 “장애인에게 학교 사회는 어떤 곳인가”라는 주제로 진행하게 되었는데요, 첫 번째 이야기 손님은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의 조경미 선생님이셨습니다. 사실 저도 오해를 좀 가지고 있었는데요, 많은 부모들이 특수학교로 상징되는 분리 교육을 더 선호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몇 해 전 서진학교 설립 과정에서 빚어진 갈등과 그것을 언론에서 보도하는 방식이 사회적 인식에 미친 영향도 있는 것 같고요. 그런데 부모연대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통합교육에 대한 지향을 가지고 활동을 해 오셨고, 학령기 학생들의 부모들은 통합교육협의회라는 내부 모임도 만들어 공부하고 계시더라고요. 물론 그러한 지향에도 불구하고 현실적 어려움은 또 분명히 있을 테고요. 그래서 “통합교육의 기쁨과 슬픔”이라는 주제로 부탁드렸습니다. 요즘 몇 가지 사건을 통해 ‘교권’과 ‘통합교육’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많이 되고 교육 주체 간의 갈등으로도 확산되기도 하는데, “부모연대가 시작하게 된 배경에 전교조 특수교육위원회와의 인연이 있었고, 교사와 학부모가 교육운동의 동지로서 함께했던 역사를 잊지 않고 있다”라는 말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손님은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 위원장이기도 하신 김헌용 선생님이셨습니다. 장교조는 얼마 전 4주년 행사를 치르기도 했는데 한 걸음 한 걸음이 그야말로 역사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계속해서 장교조 활동을 접하고 김헌용 선생님을 여러 차례 만나면서 제 인식의 지평이 넓어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연수에서는 학생으로서 특수학교를 경험하고, 교사로서 일반 학교를 경험하시면서 느낀 통합교육에 대한 고민을 나눠 주셨는데요. 참여하신 많은 분들 역시 인식의 지평이 넓어지는 시간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마지막 날에는 “‘특수’ 아닌 교사를 위한 통합교육”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 손님은 대안학교인 성미산학교의 최경미 선생님이셨는데요, 보통 이런 사례 발표가 자칫 필터링을 많이 하면 성공 사례 중심으로 미화되고, 그렇다고 너무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내밀한 이야기들이 드러나게 돼서 굉장히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그런 어려움에도 기꺼이 함께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교육공동체 벗 차원에서는, 성미산학교는 바로 지척에 위치해 있는 곳인데요, 가까이에서 통합교육을 실천하는 데서의 어려움과 고민들도 지켜보고, 그럼에도 통합교육은 필요하다는 신념으로 그런 어려움을 헤쳐 가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배움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이번 연수를 기획하게 된 밑바탕에는 성미산학교의 역할이 가장 크지 않았나 합니다. 연수 후기에서도 성미산학교의 통합교육에 대한 고민에서 섬세함을 배울 수 있었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통합교육에 대한 관점부터 교사의 역할 변화까지 굉장히 소중한 통찰을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연수의 마지막은, 중등 그것도 영어 교과에서 통합교육을 고민하고 계시는 이수현 선생님이 장식해 주셨습니다. 평소 이수현 선생님의 책들을 살펴보면서, “장애는 바꿀 수 없지만, 학교는, 사회는 바꿀 수 있겠다”라는 대목과 “통합교육은 장애 학생을 위한 것인 줄 알았는데 실제 해 보니 비장애 학생들을 위해 더 필요하더라”라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장애와 통합교육을 사고할 때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이런 전복적인 사고가 아닐까 합니다. 연수 자리에서도 부모 당사자로서 사유와 교사로서 실천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 굉장히 밀도 높은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평소 벗의 연수는 조합원들이 주로 참여하는 자리였는데, 이번에는 비조합원분들의 관심과 참여가 높아서 벗의 외연이 확장되는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오프라인 연수가 수도권 외 지역의 분들이 참여하기에는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숙제로 남습니다. 혹시 지역에서 함께하고 싶은 강의나 기획이 있다면 언제든지, 어떤 주제든지 벗 사무국으로 적극적으로 제안해 주시길요!
연수 마지막 날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사실 이번 연수를 기획하게 된 데는 특수 교사 아닌 분들이 함께해 주시면 좋겠다는 의도가 가장 컸었는데요, 비록 이번 연수에는 이른바 관계자, 종사자가 더 많이 참여하시긴 했지만, 이 자리를 시작으로 통합교육에 대한 논의가 확장되고 교육에서 중요한 의제로 다루어질 수 있으면 합니다. 그 길에 교육공동체 벗 조합원들도 많은 관심과 지지를 보여 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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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연수 후기
통합교육에 대한 논의 확장을 기대하며
이진주
지난 8월 1일부터 3일까지, “특수라는 벽장을 넘어 교육 보편의 담론으로”를 주제로 통합교육에 대한 교육공동체 벗 여름 연수 잘 마쳤습니다.
그동안 《오늘의 교육》 지면에서 장애나 장애 학생에 대한 이야기를 다뤄 오긴 했지만 주로 인권의 차원에서 접근해 왔지 보편적 교육 담론으로 연결하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지난 4월, 이번 연수에 함께하기도 하신 윤상원 선생님의 《누구를 위해 특수교육은 존재하는가》를 펴낸 이후 독자들의 후기와 여러 이야기 자리 등을 통해 통합교육에 대한 열망과 현실적 어려움에 대한 많은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장애운동으로 넓혀 보면 그동안 이동권, 탈시설, 노동, 자립과 주거 등 굵직한 사회적 의제를 제시하면서 사회 제도와 인식을 바꾸어 온 역사와 축적된 역량이 있는데, 교육은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은, 미답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통합교육은 특수 교사들만이 고민해야 하는 문제라거나 장애 학생들만을 위한 교육이라는 통념을 넘어 교육 보편의 담론으로서 통합교육을 사유해야 하고, 어쩌면 그 과정을 통해 교육과 학교의 본질을 질문하는 전복적 사고가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첫날, “평등한 분리 교육은 없다”라는 주제로 김도현, 윤상원 선생님 두 분이 이야기를 나눠 주셨는데요, 두 분은 《오늘의 교육》 지면에 서로의 책을 리뷰하는 품앗이를 하기도 하셨습니다. 윤상원 선생님의 글 제목은 ‘학교 사회를 향한 장애학의 도전’, 김도현 선생님의 글 제목은 ‘장애학의 시좌에서 본 특수교육’이었는데 장애학과 특수교육 혹은 통합교육을 가로지르는 사유를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는데 연수를 통해 두 분을 한날 모시게 되어 의미 있었답니다.
김도현 선생님은 장애운동에서는 이론가로서 많은 역할을 하고 계신데요, 연수에서는 “장애학의 시좌에서 본 특수교육”을 큰 주제로, 구체적으로는 ‘한국의 능력주의와 에이블리즘, 그리고 특수학교 없는 사회에 대한 상상’에 대한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전체 연수의 시작을 여는 총론으로서 비장애중심적인 우리 사회와 학교에 대한 성찰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윤상원 선생님은 《누구를 위해 특수교육은 존재하는가》 책을 발간하신 후 여러 자리를 통해 현장의 교사들을 만나고 계셔서 연수에서는 조금 다른 주제로 부탁을 드려 보았습니다. 특별한 교육적 요구나 신체적 차이 유무와 상관없이 한 학생을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는 〈살라망카 선언〉과 이런 국제적 요구에 발맞춰 특수교육법을 폐기하고 일반교육법에 통합하고, 특수학교를 폐쇄한 노르웨이의 사례를 중심으로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연수 후기에서도 다른 데서는 듣기 어려운 노르웨이의 실천이 많은 영감을 주었다는 이야기가 있었답니다.
둘째 날에는 “장애인에게 학교 사회는 어떤 곳인가”라는 주제로 진행하게 되었는데요, 첫 번째 이야기 손님은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의 조경미 선생님이셨습니다. 사실 저도 오해를 좀 가지고 있었는데요, 많은 부모들이 특수학교로 상징되는 분리 교육을 더 선호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몇 해 전 서진학교 설립 과정에서 빚어진 갈등과 그것을 언론에서 보도하는 방식이 사회적 인식에 미친 영향도 있는 것 같고요. 그런데 부모연대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통합교육에 대한 지향을 가지고 활동을 해 오셨고, 학령기 학생들의 부모들은 통합교육협의회라는 내부 모임도 만들어 공부하고 계시더라고요. 물론 그러한 지향에도 불구하고 현실적 어려움은 또 분명히 있을 테고요. 그래서 “통합교육의 기쁨과 슬픔”이라는 주제로 부탁드렸습니다. 요즘 몇 가지 사건을 통해 ‘교권’과 ‘통합교육’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많이 되고 교육 주체 간의 갈등으로도 확산되기도 하는데, “부모연대가 시작하게 된 배경에 전교조 특수교육위원회와의 인연이 있었고, 교사와 학부모가 교육운동의 동지로서 함께했던 역사를 잊지 않고 있다”라는 말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손님은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 위원장이기도 하신 김헌용 선생님이셨습니다. 장교조는 얼마 전 4주년 행사를 치르기도 했는데 한 걸음 한 걸음이 그야말로 역사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계속해서 장교조 활동을 접하고 김헌용 선생님을 여러 차례 만나면서 제 인식의 지평이 넓어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연수에서는 학생으로서 특수학교를 경험하고, 교사로서 일반 학교를 경험하시면서 느낀 통합교육에 대한 고민을 나눠 주셨는데요. 참여하신 많은 분들 역시 인식의 지평이 넓어지는 시간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마지막 날에는 “‘특수’ 아닌 교사를 위한 통합교육”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 손님은 대안학교인 성미산학교의 최경미 선생님이셨는데요, 보통 이런 사례 발표가 자칫 필터링을 많이 하면 성공 사례 중심으로 미화되고, 그렇다고 너무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내밀한 이야기들이 드러나게 돼서 굉장히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그런 어려움에도 기꺼이 함께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교육공동체 벗 차원에서는, 성미산학교는 바로 지척에 위치해 있는 곳인데요, 가까이에서 통합교육을 실천하는 데서의 어려움과 고민들도 지켜보고, 그럼에도 통합교육은 필요하다는 신념으로 그런 어려움을 헤쳐 가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배움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이번 연수를 기획하게 된 밑바탕에는 성미산학교의 역할이 가장 크지 않았나 합니다. 연수 후기에서도 성미산학교의 통합교육에 대한 고민에서 섬세함을 배울 수 있었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통합교육에 대한 관점부터 교사의 역할 변화까지 굉장히 소중한 통찰을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연수의 마지막은, 중등 그것도 영어 교과에서 통합교육을 고민하고 계시는 이수현 선생님이 장식해 주셨습니다. 평소 이수현 선생님의 책들을 살펴보면서, “장애는 바꿀 수 없지만, 학교는, 사회는 바꿀 수 있겠다”라는 대목과 “통합교육은 장애 학생을 위한 것인 줄 알았는데 실제 해 보니 비장애 학생들을 위해 더 필요하더라”라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장애와 통합교육을 사고할 때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이런 전복적인 사고가 아닐까 합니다. 연수 자리에서도 부모 당사자로서 사유와 교사로서 실천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 굉장히 밀도 높은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평소 벗의 연수는 조합원들이 주로 참여하는 자리였는데, 이번에는 비조합원분들의 관심과 참여가 높아서 벗의 외연이 확장되는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오프라인 연수가 수도권 외 지역의 분들이 참여하기에는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숙제로 남습니다. 혹시 지역에서 함께하고 싶은 강의나 기획이 있다면 언제든지, 어떤 주제든지 벗 사무국으로 적극적으로 제안해 주시길요!
연수 마지막 날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사실 이번 연수를 기획하게 된 데는 특수 교사 아닌 분들이 함께해 주시면 좋겠다는 의도가 가장 컸었는데요, 비록 이번 연수에는 이른바 관계자, 종사자가 더 많이 참여하시긴 했지만, 이 자리를 시작으로 통합교육에 대한 논의가 확장되고 교육에서 중요한 의제로 다루어질 수 있으면 합니다. 그 길에 교육공동체 벗 조합원들도 많은 관심과 지지를 보여 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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